"로터스인 줄 알았는데 기아?"... 30년 된 엘란, 美 경매서 1천만 원대 등장

[오토트리뷴=김동민 기자] 기아는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인 1990년대 중반에 걸쳐 국내 시장에 생소한 차를 여러 대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정통 스포츠카인 기아 엘란이다. 최근 해외 경매에 1천만 원대 시작가로 등록돼 화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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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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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경매 사이트 ‘브링 어 트레일러(Bring a Trailer)’는 최근 1997년형 엘란을 매물로 등록했다. 세부 이력으로 ‘비가토’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수출됐다가 2022년 캐나다로 들여왔다. 현재까지 주행거리는 약 5만 3천 km 수준에 그친다.
외관은 흰색 차체에 블랙 소프트톱 조합을 적용했다. 팝업식 헤드램프와 소형 리어 스포일러, 작은 머플러는 1990년대 스포츠카 디자인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기존 기아 엠블럼이 아닌 로터스 엠블럼으로 교체돼 있다.
실내는 검은색 시트에 빨간색과 파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직물과 가죽을 혼합했다. 오디오와 우드 스티어링 휠 등 애프터마켓 제품이 적용됐다. 그러면서도 계기판과 수동 조작 에어컨 등 과거 기아가 공통으로 쓴 실내 요소가 곳곳에 있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1.8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151마력을 발휘한다. 중형 세단인 크레도스에 쓰이던 것을 튜닝해 5단 수동변속기와 맞물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 시간 7.4초로 당시 가장 빠른 국산차였다.
1997년형 엘란에 대한 경매 시작가는 7,100달러(약 1,070만 원)이다. 30년 가까이 지난 노후차로 하체 일부에 녹이 슬고 변속기 커버와 사이드 브레이크 커버가 벗겨지는 등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높은 가격에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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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첫 스포츠카, 비극적인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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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엘란은 1996년 출시됐지만 그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했지만 당시에는 퓨어 스포츠카 전문이었던 로터스가 내놓은 2세대 엘란이 1995년 단종되자 그 생산권을 기아가 사들였다.
이전까지 국내 스포츠카 시장은 매우 빈약했다. 1990년 현대차가 스쿠프를 내놓았지만 스포츠카보다 패션카에 가까웠다. 1992년 KGM(당시 쌍용)이 영국 브랜드인 팬터 인수와 함께 칼리스타를 판매했지만 누적 78대에 그치며 사라졌다.
기아는 로터스로부터 엘란 생산권을 사들이기는 했으나 기존 엘란과 완벽히 똑같은 차로 만들지는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파워트레인, 계기판과 오디오 등 실내 부품을 기아 라인업에서 가져와 생산 단가를 줄였다.
그럼에도 엘란은 2,750만 원에 판매됐는데 현재 기준 약 6천만 원에 가까웠다. 국산차 최고가이자 당시로는 위상이 하늘을 찔렀던 현대 그랜저(2.5 DOHC 최고급형 2,690만 원)보다 비쌌다. 심지어 그 가격조차 생산 원가보다 낮게 책정됐다.
결국 기아 엘란은 누적 판매량 1,055대에 그쳤고 IMF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기아가 1999년 현대차로 흡수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기아에게 있어 역대급 실패작 중 하나지만 1990년대를 대표한 드림카로 여전한 향수를 불러오고 있다.
한편, 기아는 이후 포르테 쿱과 K3 쿱을 내놓으며 스포츠 성격 모델을 이어갔다. 2017년에는 정통 그랜드 투어러(GT)인 스팅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현재는 EV3와 EV6 등 여러 전기차에 GT 버전을 둬 고성능 라인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동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