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오너들 날벼락"... 기아 美 법인, 고성능 EV6 GT 퇴출 수순 돌입

[오토트리뷴=이서호 기자] 기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전기차 EV6 GT가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수익성 악화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ㅡ
기아 美 법인, "EV6 GT 2026년형 없다"
ㅡ
외신에 따르면 기아 미국 법인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로 인해 2026년식 EV6 GT 출시를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반 EV6 모델들은 정상 판매되지만 고성능 버전인 GT는 라인업에서 제외된다.
기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관세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반 모델과 달리 GT 모델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6만 5,000달러(약 9,600만 원)가 넘는 높은 가격에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자 가격 경쟁력이 무너졌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마저 종료되어 시장에서 존재감 자체를 잃었다는 평가다.
ㅡ
2월 판매량 53% 폭락, 위기의 기아 EV
ㅡ
단순히 관세 문제뿐만이 아니다. 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성적표 역시 좋지 못하다. 지난 2월 EV6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3%나 고꾸라졌다. 대형 SUV인 EV9 역시 40%나 판매가 줄어들며 전동화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수요 급감과 관세 문제가 겹치면서 기아는 신차 출시 일정도 전면 수정했다. 미국 출시 예정이었던 EV3와 EV4 해치백·세단의 출시 계획 역시 잠정 중단된 상태다. 당분간은 신차 투입보다 재고 관리와 수익성 보전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기아 판매 사이트에서 EV6는 GT를 제외한 트림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라이트, 윈드, GT-라인 트림만 선택할 수 있다. 시작가는 4만 2,900달러(약 6,346만 원)이다.
ㅡ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는 GT 팬들
ㅡ
EV6 GT는 가속 성능이 뛰어난 고성능 전기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4초가 소요될 정도로 빠른 가속력을 지녔다. 업계에 따르면 신차 공급이 끊기면서 미국 내 고성능 EV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어쩔 수 없이 미국 시장에서 EV6 GT가 사라지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결정이 기존 GT 오너들에게는 희소성이라는 선물이 됐다"며 "당분간 북미 시장에서 EV6 GT 중고차 가격은 방어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는 기아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판매가 부진한 일반 아이오닉 6 세단 모델을 2026년형부터 단종시키기로 했지만 아이오닉 6 N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서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