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6 만들던 르노가 이렇게 독해졌다”... 62년 전 세단, ‘전기 쿠페’로 돌변

[오토트리뷴=한민구 기자] 르노가 8 고르디니 콘셉트를 공개했다. 1964년 등장한 르노 8 고르디니의 푸른 차체와 두 줄의 흰색 스트라이프를 전기 쿠페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9월 24일 르노 카워크에서 선보인 뒤 10월 12~18일 파리모터쇼에 전시한다. 양산을 위한 신차 발표가 아니라 브랜드의 디자인과 유산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원형이 된 르노 8 고르디니는 뒤쪽에 엔진을 얹은 후륜구동 세단이었다. 작은 양산차에 고성능을 더해 운전의 즐거움을 넓혔고, 두 줄의 흰색 무늬는 고르디니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새 콘셉트는 이 특징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낮고 넓은 차체와 전기 파워트레인에 맞춰 다시 구성했다.
차체는 전장 4,120mm, 전폭 1,880mm, 전고 1,270mm다. 네 개의 도어를 가진 원래 모델과 달리 두 개의 도어를 사용하는 2인승 쿠페다. 앞에는 19인치, 뒤에는 20인치 휠을 배치해 뒤쪽이 더 힘 있게 보이는 비례를 만든다. 넓은 트레드와 돌출된 펜더가 현대 랠리카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완성한다.
장식을 줄이고 랠리카 비례를 더했다
프로젝트는 르노 디자인팀 내부 공모에서 시작됐다. 약 300개의 스케치를 검토한 뒤 두 개의 안을 골라 2대 5 축소 모형으로 제작했다. 실제 입체 형태를 비교하고 각각의 장점을 합쳐 최종 방향을 정했다.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했던 R17 쇼카와 달리 르노 내부에서 디자인을 완성했다.
디자인의 바탕에는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는 카페 레이서 방식이 있다. 원래 차의 크롬 측면 장식은 별도 부품 대신 차체에 녹아든 선으로 바꿨다. 패널의 분할선도 줄여 매끈한 덩어리를 강조한다. 보닛은 앞쪽에 열림 경계선이 없고 레이스카처럼 한 덩어리로 떼어내는 구조다.
전면은 V자형 구성을 강조하고 여섯 개의 원형 램프를 차체 안에 배치했다. 과거 랠리 버전의 보조등을 전체 조명 디자인으로 통합한 것이다. 뒤쪽 램프는 차체 표면과 평평하게 맞춰 꺼져 있을 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켜졌을 때의 빛과 꺼졌을 때의 차체 형상을 다르게 보여준다.
과거의 무늬를 기능과 연결
각진 휠 아치와 허리선의 오목한 형태도 과거 모델에서 가져왔다. 옆면의 오목한 선은 새 통풍구로 공기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조개껍데기 모양의 사이드미러, 앞유리 아래 넓게 펼친 그릴, 뒤쪽 환기구에도 원래 고르디니의 흔적을 남겼다. 장식처럼 보이는 형태를 실제 공기 흐름과 연결했다.
푸른 외장 색상은 프랑스 블루에서 영감을 받았다. 진주빛 재료와 푸른 바인더를 사용하는 세 겹의 구조로 색의 깊이를 만들었다. 빛을 받으면 차체 가장자리에서 옛 고르디니의 푸른색이 드러난다. 고르디니 레터링은 원래 배지의 줄무늬를 살렸으며 숫자 8 엠블럼은 여덟 개의 조각으로 구성했다.
흰색 스트라이프는 표면에 붙인 장식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앞유리 아래 그릴과 뒤 램프 내부의 발광 패턴을 같은 선에 맞췄다. 실내에서는 흰색이 푸른색으로 바뀌며 대시보드 위로 이어진다. 외관과 실내의 요소를 스트라이프에 맞춰 정렬해 고르디니의 대표적인 무늬를 전체 디자인의 기준으로 사용했다.
원형 계기판은 디지털로
실내에는 가로로 펼친 브러시드 알루미늄 패널과 원형 디지털 화면을 적용했다. 두꺼운 테두리는 헤드램프의 입체적인 형상과 연결된다. 과거의 둥근 계기판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디지털 정보를 표시한다. 대시보드 아래 간접조명은 금속의 질감과 공간의 깊이를 강조한다.
조작부와 넓은 표면에는 플라스틱 대신 브러시드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알칸타라와 대비시켰다. 대시보드 중앙의 스톱워치 버튼에는 빨간 점을 넣었다. 버킷 시트 중앙은 푸른 코듀로이로 마감해 옛 좌석의 인상을 남기고, 검은 외곽부와 조합해 현대적인 지지 형상을 만들었다.
도어의 스티치는 레이스 트랙의 연석을 떠올리도록 구성했다. 차체에 사용한 카본을 실내에 드러내기보다 금속과 직물의 조합으로 운전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르노 8 고르디니 콘셉트는 과거 모델의 비례를 고정하지 않고, 익숙한 조명과 무늬·소재를 새로운 형태로 연결했다. 향후 플랭의 르노 컬렉션 박물관에 소장해 브랜드 유산의 일부로 이어갈 예정이다.
한민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