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 신차/출시 2026.10.14 12:03

“정전되면 이 차부터 찾겠네”... 주행거리 밖에서 빛나는 작은 국산 SUV는?

영국 판매 인스터의 실내 V2L 콘센트 /사진=현대자동차, 편집=오토트리뷴 영국 판매 인스터의 실내 V2L 콘센트 /사진=현대자동차, 편집=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한민구 기자] 전기차를 고를 때 배터리는 흔히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차가 멈춰 있는 동안에도 그 배터리를 쓸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대차의 소형 전기차 인스터가 일본에서 평소에는 이웃의 생활을 돕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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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판매 인스터의 실내 V2L 콘센트 /사진=현대자동차, 편집=오토트리뷴
영국 판매 인스터의 실내 V2L 콘센트 /사진=현대자동차, 편집=오토트리뷴

[오토트리뷴=한민구 기자] 전기차를 고를 때 배터리는 흔히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차가 멈춰 있는 동안에도 그 배터리를 쓸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대차의 소형 전기차 인스터가 일본에서 평소에는 이웃의 생활을 돕고, 정전 때는 대피소의 전원이 되는 역할을 맡았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캐스퍼 일렉트릭 계열의 쓰임이 출퇴근과 나들이 밖으로 넓어진 사례다.

현대차 일본법인은 14일 오카야마현 마니와시, 마니와시 사회복지협의회와 지역 방재·복지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과 차량 기증식은 전날 마니와시청에서 열렸다. 현대차가 제공하는 차량은 인스터 한 대다. 신차를 추가로 출시하는 발표가 아니라, 이미 판매하는 전기차를 지역의 일상과 비상 상황에 함께 활용하는 운영 계획이다.

핵심은 차량 배터리의 전기를 가전제품 등에 공급하는 V2L 기능이다. 캠핑장에서 전기용품을 사용하는 편의 기능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협약에서는 주민이 대피한 장소로 전원을 옮기는 수단으로 채택됐다. 고정된 전원 설비와 달리 차가 필요한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특성을 복지 차량의 업무와 연결했다.

현대자동차 인스터 /사진=현대자동차 영국법인, 편집=오토트리뷴

평소에는 복지 차량, 정전 때는 이동 전원

평상시 인스터는 사회복지협의회의 활동 거점에 배치된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생활 지원 등 지역 복지 업무에 사용하는 것이 기본 역할이다. 비상 상황만 기다리는 장비로 두지 않고, 주민을 돕는 일에 계속 운행한다. 협의회는 일상적인 차량 관리도 맡아 사고나 고장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마니와시가 주관하는 방재 훈련과 주민 대상 교육에도 차량을 활용한다. V2L 시연으로 전기차에서 전원을 꺼내 쓰는 방법을 경험하게 하고, 시와 협의회, 현대차가 함께 대응 절차를 익히는 방식이다.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차를 마련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다룰 사람과 이동 경로를 준비한다는 점이 이번 계획의 특징이다.

자연재해 등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차량을 지정 대피소로 이동시킨다. 공급 대상은 스마트폰 같은 통신기기, 조명, 소형 가전제품이다. 휴대전화 충전과 주변을 밝히는 일이 필요한 상황에서 차량이 이동 가능한 배터리가 되는 셈이다. 협약에 담긴 용도는 이런 기기에 전원을 제공하는 것이며, 대피소 건물 전체의 전력을 대신하는 방식은 아니다.

마니와시에서 열린 협약·차량 기증식 /사진=현대자동차, 편집=오토트리뷴

충전 비용과 관리 책임까지 나눴다

차량을 누가 충전하고 비용은 누가 내는지도 정했다. 마니와시는 시가 관리하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차량의 보관·충전 장소로 제공하고 충전에 필요한 전기요금을 부담한다. 재난 때 전력 공급 활동을 총괄하는 역할도 시가 맡는다. 차량 제공, 일상 관리, 충전 기반이 각각 연결돼야 필요할 때 전원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현대차는 차량 기증과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방재 훈련에 협력한다. 대규모 재난으로 전기차가 더 필요해질 경우의 추가 지원은 시와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확정된 기증은 한 대이며, 여러 대를 상시 배치하거나 추가 차량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확대해 해석할 내용은 아니다. 이번 협약의 출발점은 작은 규모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에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V2L 자체는 낯선 기술이 아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실내와 실외에서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 시승기에서 주로 나들이와 차 안의 편의로 다뤄졌던 장점이, 이번에는 지역 복지와 비상 전원이라는 용도로 이어졌다. 배터리의 가치를 얼마나 멀리 달리느냐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이유가 생기는 대목이다.

인스터의 실내 /사진=현대자동차 영국법인, 편집=오토트리뷴

주행거리 밖의 쓰임도 선택 기준

물론 사용할 수 있는 기기와 잔량 조건은 확인해야 한다. 현대차 일본 판매 안내에서 인스터의 실내·실외 V2L은 100V, 최대 1,360W로 안내되며 배터리 잔량 20~100%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일본 판매 차량의 조건이다. 한국에서 같은 기능을 활용하려면 국내 차량의 설명서에 적힌 출력과 사용 조건을 따져야 한다.

이번 사례를 차량 선택에 대입하면 질문도 달라진다. 평소 필요한 이동을 소화하는지에 더해, 차를 세운 뒤 어떤 기기를 쓸 수 있는지, 어댑터가 필요한지, 배터리를 얼마나 남겨야 하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 캠핑이나 야외 활동뿐 아니라 임시 전원이 필요한 순간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이런 사용 조건이 실제 만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니와시의 인스터는 한 대로 지역 전체의 재난 대응을 해결하는 차가 아니다. 다만 일상적으로 쓰던 복지 차량이 필요할 때 전원을 싣고 대피소로 간다는 역할은 분명하다. 작은 전기차의 매력도 차체 크기나 주행거리 숫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평소에는 이동을 돕고, 비상시에는 연락과 조명을 이어주는 쓰임이 이번 협약에서 드러났다.

한민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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