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숫자만 늘리면 끝?”... 전기차 운전자 44.4%가 꼽은 진짜 문제는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전기차 이용자가 늘면서 충전 인프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충전기의 절대적인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고장 없이 작동하고 사용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충전 품질’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V트렌드코리아 2026 사무국이 총 1,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생활권 충전 인프라 확충’을 선택한 응답자가 58.7%로 가장 많았다.
충전요금 부담 완화가 55.1%로 뒤를 이었으며, 구매 보조금·세제 혜택은 49.6%를 기록했다. 충전 안전과 화재 대응 강화는 23.9%, 중고 전기차와 배터리 성능정보·보증 강화는 22.7%, 정비 인프라·전문인력 확충은 22.4%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전기차 구매 지원 확대가 41.9%, 충전 인프라 확충이 41.8%로 비슷했다. 올해 생활권 충전 인프라와 충전요금 문제가 구매 지원보다 높은 비중을 기록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얼마에 살 것인가’에서 ‘얼마나 편하게 이용할 것인가’로 이동한 모습이다.
충전기 제조사에 요구하는 개선점도 구체적이었다. 고장 예방과 정기점검 강화가 44.4%로 가장 높았고, 충전 시작·종료 오류 감소가 40.3%를 차지했다. 케이블·커넥터 사용성 개선은 36.7%, 화면과 상태정보 표준화는 31.4%였다.
충전서비스사업자(CPO)에 대해서는 충전소 위치와 사용 가능 여부를 더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응답이 53.3%로 가장 많았다. 충전요금 표시 개선은 31.0%, 고장정보 공개와 복구시간 단축은 30.1%, 충전 대기와 장시간 점유 해소는 29.6%로 조사됐다.
전기차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지도에 표시되는 충전기가 아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다른 차량이 사용 중인지 확인할 수 있으며, 요금과 충전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비다.
공용 충전소의 대기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28.6%, 월 1회 미만은 29.6%로 두 항목을 합하면 58.2%다.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체감한 불편을 묻는 항목에서는 충전기 고장·대기·주차 문제가 30.7%를 기록했다. 대기 횟수 자체가 많지 않더라도 한 번의 고장이나 장시간 점유가 운전자에게 큰 불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충전 정책도 설치 대수 중심에서 가동률과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충전기를 몇 대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몇 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고장 발생 후 얼마나 빨리 복구되는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이용자의 62.5%가 자택이나 공동주택에서 주로 충전하는 만큼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생활권 충전 환경이 전기차 보급의 새로운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전기차 대중화의 다음 과제는 충전기 숫자가 아니다. 고장 없는 충전기, 투명한 요금, 정확한 실시간 정보 등 운전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충전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봉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