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픽업트럭 개발 확정"... 그러나 한국인들 99%는 구입할 수 없는 '그림의 떡'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토요타 하이럭스와 포드 레인저에 맞설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중형 픽업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이 계획대로 양산되더라도 국내에서 만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북미 전용으로 개발·생산되는 데다 해외 공장에서 만든 현대차를 국내에 판매하려면 노사 문제부터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6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공개한 ‘볼더 콘셉트’를 통해 신형 픽업트럭의 방향을 제시했다. 볼더는 별도 프레임을 사용하는 차체 구조와 높은 지상고, 37인치 오프로드 타이어, 견인 고리 등을 적용한 콘셉트카다.
양산형은 승용차 기반의 싼타크루즈와 달리 견인과 적재, 험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정통 픽업트럭으로 개발된다. 현대차는 2030년 이전 북미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고객을 위해 현지에서 설계·개발·생산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미국산 철강을 사용한다는 계획까지 공식화한 만큼 국내 생산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문제는 국내 판매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주요 차종은 대부분 울산과 아산, 전주 등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 해외 전용 모델을 현지 공장에서 완성차 형태로 들여와 국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차 노사는 국내 생산 차종의 해외 이전과 생산, 역수입 문제를 단체협약과 노사협의 대상으로 다뤄왔다. 해외 생산차의 국내 판매를 법률이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생산 물량과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회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에서만 생산되는 신형 픽업이 국내에 들어오려면 회사가 수입 계획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판매 물량 등을 놓고 노조와 별도 협의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생산 배정이나 노사 합의가 없다면 출시 논의가 시작 단계에서부터 막힐 수 있다.
중국산 쏘나타 택시는 대표적인 예외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LF 쏘나타 택시 생산을 중단한 뒤 발생한 중형 LPG 택시 공급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베이징현대 공장에서 생산한 쏘나타 택시를 2024년부터 국내에 들여왔다.
당연히 도입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노조는 중국 생산 차량의 역수입이 국내 고용과 단체협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했고, 회사는 기존 택시 모델이 이미 단종돼 협약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현대차는 노조와 별도 합의서를 작성한 뒤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쏘나타 택시는 일반 승용차가 아닌 영업용 차량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택시업계의 중형 LPG 차량 공급 요구가 강했고 국내에 마땅한 대체 모델이 부족했다는 특수성이 있었다. 이 사례를 미국산 픽업트럭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근거로 확대해 해석하기는 어렵다.
시장성도 걸림돌이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이나 호주보다 규모가 작고 미국 생산 차량을 들여올 경우 운송비와 인증 비용, 환율 부담이 가격에 반영된다. 차체 크기와 국내 도로·주차 환경, 정비 부품 공급망까지 고려하면 현대차가 노사 협의를 감수하면서 수입을 추진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인 EREV가 적용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전동화 기술은 저속 토크와 정숙성, 장거리 견인 능력에서 경쟁력을 제공하지만 국내 출시를 위해서는 별도의 환경 인증과 판매·정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결국 신형 픽업트럭의 국내 출시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국내 공장 생산 물량으로 배정하거나, 미국 생산 차량의 수입에 대해 노사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여기에 제한적인 국내 픽업 수요를 감수할 만큼 충분한 사업성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가 이번 픽업을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위해 현지에서 개발·생산한다고 못 박은 만큼 현재 조건에서는 국내 출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정통 프레임과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갖춘 현대차 픽업이 완성되더라도 국내 소비자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양봉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