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짜리 신분증 포기 급증↑"... 자동차 운전면허, 지원금 없이는 '불가'

[오토트리뷴=이장훈 기자] 대학에 입학하면 첫 방학에 운전면허부터 따던 시절이 있었다. 당장 자동차가 없어도 취업과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필수 자격증처럼 여겨졌다.
최근 20·30대의 계산은 달라졌다. 면허를 취득하는 데만 100만 원 가까이 드는 데다, 어렵게 면허를 따더라도 정작 운전할 자동차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살 계획도 없는데 면허부터 따야 하나’라는 생각에 취득 시기를 미루는 청년이 늘고 있다.
필수였던 면허가 뒤로 밀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9세 이하 운전면허 소지자는 2021년 519만7,025명에서 2025년 454만418명으로 줄었다. 4년 사이 감소한 인원은 65만 명을 넘고, 비율로는 12.6%에 달한다.
면허가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다. 취업 후 출퇴근이나 여행, 결혼과 육아를 생각하면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 다만 지금 당장 써야 할 생활비와 비교했을 때 운전면허의 우선순위가 예전보다 뒤로 밀린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수도권에서는 자동차 없이도 통학과 출퇴근이 가능하다. 한 번 취득한 뒤 오랫동안 장롱 속에 넣어둘 가능성이 크다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서둘러 딸 이유도 약해진다.
결제창에서 100만 원?
면허 취득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비용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기본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1종 보통 89만800원, 2종 자동 89만1,300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도로연수 6시간을 추가하면 전체 비용은 약 120만 원까지 올라간다. 모든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고 예약도 밀리지 않아야 2~3주 안에 끝낼 수 있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에게는 돈과 시간을 동시에 비워야 하는 일정이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사기 전에 면허부터 준비했다. 지금은 결제 화면에 표시된 금액을 본 순간 ‘이 돈을 쓰고 실제로 운전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를 먼저 따지게 된다.
면허보다 자동차가 더 멀어졌다
운전면허 비용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를 구입하면 차량 할부금이나 목돈을 비롯해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주차비와 정비비가 계속 따라온다.
월세와 생활비부터 감당해야 하는 20·30대에게 자동차는 구매 이후가 더 부담스러운 소비다. 비교적 저렴한 중고차를 선택하더라도 보험과 소모품, 예상하지 못한 수리비까지 고려하면 선뜻 구입하기 어렵다.
결국 자동차 마련이 늦어지면서 면허 취득도 함께 미뤄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당장 사용할 차가 없는 사람에게 운전면허는 이동수단을 위한 자격보다 100만 원을 들여 만든 또 하나의 신분증에 가까워진다.
수강생 떠나자 학원도 사라지는 추세
청년층의 면허 취득 감소는 운전학원에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에서 자체 기능시험을 운영할 수 있는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제도가 도입된 1996년 26곳이었지만 현재는 8곳만 남았다. 전국의 전문학원 역시 568곳에서 330곳으로 줄었다.
전문학원은 6,600㎡ 이상의 기능교육장을 갖춰야 한다. 넓은 부지와 교육용 차량, 강사와 시설을 유지해야 하지만 수강생은 줄고 있어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학원비가 부담스러운 수강생들이 저렴한 방문 연수를 찾으면서 미등록 업체가 파고들 여지도 생겼다. 가격은 낮지만 보조 브레이크가 없는 차량을 사용하거나 보험 범위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어, 사고가 발생하면 절약한 비용보다 더 큰 부담이 돌아올 수 있다.
운전을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20·30대가 운전면허를 미루는 현상을 단순히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진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취득비가 100만 원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차값과 유지비까지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면허부터 먼저 준비하던 순서가 무너진 것이다.
예전에는 운전면허가 자동차를 갖기 위한 첫 단계였다. 지금은 자동차 구매 자체가 뒤로 밀리면서 그 첫 단계까지 함께 멀어지고 있다. 청년층에게 운전면허는 더 이상 당연히 따야 하는 자격증이 아니라, 실제로 차를 살 수 있을 때 다시 고민하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한편, 운전면허 지원금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9월에는 받을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은 상황이며, 자세한 내용은 『"2026 운전면허 지원금"... 9월 최대 50만 원, 신청 가능한 지역은?』 기사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장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