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가 없다”... 테슬라 사이버캡, 한국 도로 달릴 수 있을까

[오토트리뷴=이장훈 기자] 테슬라가 운전대와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모두 없앤 사이버캡 생산을 시작했다. 영화 속 콘셉트카가 아니라 실제 로보택시 운행을 전제로 만든 2인승 전기차다. 미국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사이버캡이 한국 도로에도 들어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가 공개한 사이버캡은 기존 모델 Y 로보택시와 구조부터 다르다. 모델 Y는 사람이 운전할 수 있는 양산차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더한 형태지만, 사이버캡은 처음부터 운전자를 두지 않는 전용차로 설계됐다.
실내에는 좌석 두 개와 대형 화면만 배치했다. 운전대는 물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도 없다. 양쪽 버터플라이 도어와 넓은 트렁크를 갖췄으며, 테슬라는 대형 여행가방 두 개와 기내용 가방 두 개를 적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운전대 없는 2인승
차량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판단은 카메라와 자율주행 시스템이 맡는다. 승객은 목적지를 확인하고 탑승하는 역할만 한다. 일반 승용차가 아니라 이동 서비스에 투입되는 로보택시가 핵심 용도다.
테슬라는 2026년 2분기 실적 자료에서 사이버캡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개 행사에서 양산 계획만 제시했던 단계에서 실제 생산 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다만 생산이 곧바로 어느 도시에서나 영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별 법규와 운행 허가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의 기존 자동차 안전기준은 조종장치와 조향장치, 제동장치가 안전기준에 맞도록 요구한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보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사이버캡은 그대로 자기인증을 받아 판매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 법에는 이런 차량이 달릴 수 있는 별도 통로도 마련돼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좌석 등 구조 때문에 기존 안전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자율주행차가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범운행지구에서 달릴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다.
한국도 무인차가 달린다
국내에서 운전자가 없는 차량이 전혀 낯선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국내 첫 승용 무인 자율주행차에 임시운행허가를 내줬고, 단계적 검증을 거쳐 완전 무인주행을 허용했다. 이후 서울 상암 시범운행지구에서는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차량이 제한된 구간을 운행했다.
이 선례를 적용하면 사이버캡도 연구·실증 목적으로 국내 도로에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 먼저 차량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운행 구역과 속도, 원격 대응 체계를 제한한 뒤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유상운송도 법적으로 완전히 막혀 있지는 않다. 시범운행지구에서는 비사업용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여객 운송을 관할 시·도지사의 허가 아래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사이버캡이 한국에 들어온다면 일반 소비자 판매보다 특정 지역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가 먼저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상시 운행이다. 시범운행 특례를 받았다고 전국 도로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완전자율주행차의 성능인증을 받고, 실제 운행 지역의 도로·기상·통신 환경에 적합한지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판매보다 실증이 먼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하다. 운전자가 없는 차에서는 기존처럼 사람의 조작 실수만 따질 수 없다. 차량 제작사와 자율주행 시스템 운영자, 원격관제 사업자의 역할을 나눠야 보험과 보상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
테슬라의 카메라 중심 자율주행 방식이 한국의 복잡한 골목과 이륜차, 불법 주정차, 장마와 폭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미국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만으로 국내 적합성을 바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국내 도입 주체도 정해져야 한다. 개인이 차량을 구입해 자율주행 기능을 켜는 방식과 사업자가 차량·관제·배차를 함께 운영하는 로보택시는 책임 구조가 다르다. 사이버캡은 후자에 맞춘 차량인 만큼, 테슬라가 직접 서비스를 운영할지 국내 운송사업자와 협력할지도 허가 과정에 영향을 준다.
충전과 정비 체계도 일반 테슬라와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승객이 계속 바뀌는 영업용 차량은 문 개폐 장치와 좌석, 실내 화면의 사용 빈도가 높고 운행 중 장애가 발생했을 때 즉시 대체 차량과 원격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실증한다면 주행 능력뿐 아니라 운영 안정성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
사이버캡이 한국 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 현행 제도에도 안전기준 특례와 시범운행지구, 유상운송 허가 절차가 있다. 다만 처음부터 개인에게 판매돼 전국을 달리는 형태는 아니다.
시범운행 허가를 받아도 자가용 판매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증 차량과 일반 판매 차량은 안전기준과 책임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이버캡이 국내에 들어오면 제한된 시범운행지구에서 차량과 원격관제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이후 성능인증과 적합성 승인을 거쳐 로보택시 서비스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운전대 없는 사이버캡을 처음 만날 장소는 전시장보다 시범운행지구일 가능성이 크다.
이장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