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 그리드서 1초 차 2위... 밴티지, 챔피언십 뒤집나?

[오토트리뷴=정다은 기자] 하트 오브 레이싱 팀(The Heart of Racing Team, THOR)은 일요일 열린 후지 6시간 레이스에서 혼전 속 치열한 추격전을 펼친 끝에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애스턴마틴 밴티지(Vantage)는 올 시즌 FIA 세계 내구 선수권(WEC) LMGT3 클래스에서 다섯 번째 포디움을 달성했다.
62점으로 4위... 선두와 14점 차
앞선 라운드인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Circuit of the Americas, COTA)에서 열린 론스타 르망(Lone Star Le Mans)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안 제임스(Ian James, 영국), 마티아 드루디(Mattia Drudi, 이탈리아), 잭 로비숑(Zach Robichon, 캐나다)은 일본에서도 2위에 오르며 최근 챔피언십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결과로 세 선수는 62점을 기록해 FIA LMGT3 드라이버 내구 트로피 4위로 올라섰으며, 선두와의 격차를 14점으로 좁혔다.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폴 포지션과 우승을 차지할 경우 최대 52점을 추가할 수 있다. 하트 오브 레이싱 팀 역시 팀 챔피언십 2위에 올라 있으며, 선두와의 격차는 14점이다.
레이스 시작 당시만 해도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27 밴티지는 앞선 COTA 우승으로 18kg의 추가 중량을 적용받은 상태로 경기에 나섰으며, 우천으로 예선이 취소되면서 연습 주행 기록에 따라 출발 순서가 결정돼 16번 그리드에서 출발했다.
펑크 뒤 새 타이어로 8위서 2위
그럼에도 이안 제임스는 첫 주행 구간에서 뛰어난 추격전을 펼치며 3위까지 올라섰지만, 피트레인 페널티를 받으면서 잭 로비숑의 주행 구간에는 8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이후 마티아 드루디는 좀처럼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한 채 톱10 진입을 노리던 중, 마지막 1시간을 앞두고 맥라렌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1번 코너 진입 구간의 방호벽을 복구하는 동안 세이프티카 상황이 장시간 이어졌으며, 드루디의 차량은 왼쪽 뒤 타이어까지 펑크가 나 교체를 위해 피트인했다.
레이스 종료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급유를 위해 다시 피트인한 마티아 드루디는 타이어 3개를 추가로 교체했다. 경쟁 차량 여러 대가 기존 타이어를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레이스는 마지막 20분을 남기고 재개됐다. 드루디는 피트스톱 과정에서 두 대를 추월해 8위로 올라선 뒤, 과감한 추격전을 펼치며 단숨에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최종적으로 우승 차량과 불과 1초 남짓한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티아 드루디는 “정말 즐거운 레이스였지만 초반에는 페이스가 나오지 않았고 차량 밸런스에도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며 “맥라렌과 충돌하며 큰 사고가 발생했지만 상대 드라이버가 무사해 다행이고, 우리 차량도 타이어 펑크 외에 큰 손상이 없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사히 피트로 복귀한 뒤 마지막 피트스톱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순위를 끌어올렸고, 새 타이어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해 막판에는 좋은 페이스를 낼 수 있었다”며 “우승에 정말 근접했지만 세이프티카 투입 전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2위라는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애스턴마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레이스카인 밴티지는 이번 성과로 후지에서의 눈부신 기록을 이어갔다. 역대 5세대에 걸친 밴티지는 후지에서 총 17차례 포디움에 올랐으며, 이 가운데 7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두 번은 2개 클래스에서 동시에 우승했다. 후지에서 열린 WEC에서 밴티지 드라이버 라인업이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단 네 차례에 불과하다.
애스턴마틴 내구 모터스포츠 총괄 아담 카터(Adam Carter)는 “후지는 늘 애스턴마틴에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곳으로, 오늘 가장 빠른 조합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후지산이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준 것 같다”며 “밴티지는 올해 WEC를 비롯한 모든 GT 레이싱 무대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해왔고, 불운으로 여러 차례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시즌 후반 들어 그동안 보여준 경기력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두 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챔피언십 타이틀도 다시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며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준 하트 오브 레이싱 팀의 끈기와 투지, 뛰어난 팀워크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밴티지 GT3는 울트라 럭셔리 스포츠카 밴티지 로드카와 동일한 기계적 구조를 기반으로, 애스턴마틴이 성능을 입증해온 접착식 알루미늄 섀시와 강력한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브리티시 GT4 4개 타이틀 석권
밴티지는 일요일 브랜즈 해치(Brands Hatch)에서 열린 브리티시 GT 챔피언십(British GT Championship) 시즌 최종전에서 GT4 종합 우승과 GT4 실버컵을 포함한 GT4 부문 4개 타이틀을 모두 석권했다. 애스턴마틴 공식 드라이버 대런 터너(Darren Turner)와 애스턴마틴 아람코 포뮬러 원 팀® (Aramco Formula One Team®) 드라이버 앰배서더 제시카 호킨스(Jessica Hawkins)도 각각 클래스 챔피언에 올랐다.
애스턴마틴 최장수 공식 드라이버이자 르망 클래스 3회 우승 및 롤렉스 24시 데이토나(Rolex 24 Hours at Daytona) 우승 경력을 보유한 대런 터너는 뛰어난 수비 주행으로 통산 네 번째 브리티시 GT 클래스 타이틀을 추가했다. 터너는 챔피언십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던 제시카 호킨스의 팀 동료 윌 오튼(Will Orton)을 비롯한 경쟁자들의 추격을 끝까지 막아내며 클래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터너와 그레인지 레이싱 위드 FSR(Grange Racing with FSR) 팀 동료 다니엘 라버리(Dan Lavery)는 시즌 최종 143.5점을 기록해 MK 레이싱의 호킨스·오튼과 동점을 이뤘다.
터너와 라버리는 올턴 파크와 스파-프랑코르샹(Spa-Francorchamps)에서 거둔 두 차례의 GT4 종합 우승을 바탕으로 동점자 순위 결정에서 앞서 GT4 종합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했다. 두 선수는 앞서 도닝턴 파크(Donington Park)에서 열린 이전 라운드에서 이미 브리티시 GT4 프로암 챔피언에 올랐으며, 터너에게는 통산 세 번째 프로암 타이틀이다. 그레인지 레이싱 위드 FSR 역시 첫 시즌 만에 GT4 팀 챔피언십 종합 타이틀을 차지했다.
호킨스는 오튼과 함께 GT4 실버컵 챔피언에 오르며 2015년 제이미 채드윅(Jamie Chadwick), 2018년 플릭 헤이그(Flick Haigh)에 이어 브리티시 GT 클래스 타이틀을 차지한 세 번째 여성 드라이버가 됐다. 두 선수는 브리티시 GT4 종합 챔피언 타이틀도 눈앞까지 다가갔지만 아쉽게 놓쳤다.
애스턴마틴의 최신 밴티지 GT4는 2026년 브리티시 GT4의 4개 클래스 타이틀을 모두 석권했다. 이는 데뷔 시즌인 2024년 포세티 모터스포츠(Forsetti Motorsport)와 함께 차지한 2개 타이틀에 이은 성과다.
정다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