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날로 먹고 싶은 벤츠 vs 영혼까지 갈아 넣는 BMW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같은 대형 SUV 체급에서 두 회사의 신차 개발 속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BMW는 X5를 5세대 완전변경으로 갈아엎은 반면, 벤츠는 GLE를 또 한 번 부분변경으로 넘겼다. 하지만 하나의 모델을 넘어 두 브랜드가 한국시장을 대하는 태도 또한 너무 다른 모습이다.
GLE는 2019년 나온 4세대 모델의 2차 부분변경이다. 통상적인 신차 주기라면 진작 5세대가 나왔어야 할 시점이지만, 벤츠는 이번에도 페이스리프트를 선택했다.
반면 BMW X5는 1999년 데뷔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완전변경을 거쳤고, 노이어 클라쎄 디자인을 필두로 파워트레인·인포테인먼트까지 전면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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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 겉모습만 다듬은 세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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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GLE의 외관 변화는 삼각별 그래픽을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반복 배치하고, 20인치 휠과 고광택 마감을 더한 수준에 머문다. 측면은 "큰 변화 없이 균형 잡힌 비율을 유지한다"는 게 벤츠 스스로 밝힌 설명이다. 플랫폼과 기본 골격은 2019년 그대로다.
실내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3개를 통합한 MBUX 슈퍼스크린과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새로 들어갔지만, 이 역시 이미 벤츠 다른 차종에 먼저 적용됐던 사양을 순차 이식한 것에 가깝다. 파워트레인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강화와 PHEV 전기 주행거리 소폭 개선(WLTP 기준 106km)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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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5, 처음부터 다시 그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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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신형 X5는 시작점 자체가 다르다. 더블X 라이트 아이콘과 B·C필러에 숨긴 윙렛 도어 핸들은 BMW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신규 부품이다. 실내는 앞유리 하단 전체를 활용하는 BMW 파노라믹 비전을 새로 얹었고, 점판암·크리스탈 유리 같은 처음 써보는 소재까지 투입했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더 극명하게 갈린다. GLE가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PHEV 두 갈래로 대응하는 사이, X5는 가솔린·PHEV·순수전기(iX5)·수소연료전지(iX5 하이드로젠)까지 4가지 방식을 한 모델에 담았다. 순수 전기 iX5는 800V 아키텍처 기반 460kW급 초급속 충전으로 10분에 약 270km를 보충하는데, 이는 이번 세대에 처음 도입된 6세대 eDrive 시스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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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주기, 숫자로 보면 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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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의 전신인 M-클래스는 1997년 출시 이후 4세대까지 오는 데 22년이 걸렸고, 이번 부분변경까지 포함하면 7년째 같은 플랫폼을 우려먹는 셈이다. X5는 1999년 초대 모델 이후 26년 만에 5세대로 넘어오면서 세대당 평균 개발 주기를 벤츠보다 짧게 가져갔다.
물론 부분변경이 무조건 나쁜 전략은 아니다. 검증된 플랫폼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원가를 아끼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다만 같은 체급, 같은 시기에 공개된 두 모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신차다움'의 격차는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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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빌리티쇼에서도 드러난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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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격차는 신차 개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26일 개막한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는 완성차 8개 브랜드만 참가했다. 벤츠는 아예 부스를 꾸리지 않았고, 부산에 생산 거점을 둔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조차 불참했다.
반면 BMW그룹코리아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11년째 부산모빌리티쇼에 참가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개근 기록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135대 한정 생산되는 7시리즈 '네로 루쏘 에디션'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이 중 29대를 한국 시장에 배정했다.
한국 투자 규모도 벤츠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BMW그룹코리아는 1995년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국내 법인을 세운 이후, 2017년 경기 안성에 1,300억 원을 들여 아시아 최대 부품물류센터를 지었고 2027년까지 65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전용 창고를 신설할 예정이다.
2024년에는 인천 청라에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 최초의 독립형 R&D 센터를 열었고,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협력업체로부터 구매한 부품 대금만 누적 37조 원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GLE를 국내에도 올해 중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BMW의 신형 X5와의 직접 경쟁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봉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