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당장 2027년부터 중국 규제에 '비상'... 국산차도 불똥 튀나?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차체에 딱 붙어 있다가 다가가면 스르륵 튀어나오는 매립형 전동 도어 핸들. 테슬라가 대중화시킨 뒤 국산 전기차까지 폭넓게 번진 이 방식이 이제 규제 대상이 됐다. 중국은 2027년 1월부터 사실상 지금 형태를 쓸 수 없게 만들었고, 미국도 지난 23일(현지시간) 관련 연방안전기준을 새로 만드는 절차에 들어갔다.
ㅡ
중국은 왜 2027년부터 막는 걸까?
ㅡ
가장 앞서 나간 건 중국이다. 공업정보화부는 GB 48001-2026 표준을 확정하고, 2027년 1월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전원이 끊긴 상황에서도 작동하는 내·외부 도어 개방 장치를 의무화했다. 이미 인증을 마치고 출시가 임박한 모델도 2029년 1월까지는 설계를 바꿔야 한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규제의 내용은 전동식 도어 핸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원이 나가도 손으로 열 수 있는 기계식 장치를 반드시 함께 두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동 구동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매립형 설계는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자체 규정을 쓰는 홍콩 역시 전동식 핸들만 적용한 신형 전기차를 막는 쪽으로 움직였다.
ㅡ
미국은 왜 이제야 움직였을까?
ㅡ
미국은 후발주자다.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모든 차량에 '견고하고 직관적인 비상 탈출용 도어 시스템'을 의무화해 달라는 청원을 받아들여, 신규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제정 절차에 착수했다.
배경에는 사고 기록이 있다. 블룸버그는 화재 발생 후 탑승자나 구조대원이 테슬라 차량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지목된 사고에서 최소 1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빈 켈리 하원의원도 신차에 수동 도어 개방 장치와 구조대원 접근 수단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ㅡ
테슬라 조사는 왜 기각됐을까?
ㅡ
흥미로운 건 NHTSA가 정작 테슬라 모델 3를 결함으로 조사해 달라는 청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단은 2022년식 모델 3 사고였다. 차주는 충돌 후 전원이 끊기면서 전동 도어가 작동하지 않았고, 수동 개방 장치를 찾지 못한 채 화재가 번지자 뒷유리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NHTSA는 위험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이를 특정 차종의 결함이 아니라 기준 자체의 공백으로 봤다. 현행 규정은 충돌 시 문이 열리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구조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사고가 끝난 뒤 탑승자가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에 대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개별 차량을 손보는 대신 판을 새로 짜기로 한 셈이다.
ㅡ
아이오닉 6와 EV5는 어떻게 되나?
ㅡ
국내에도 같은 방식이 널리 쓰인다. 현대차 아이오닉 6를 비롯해 기아 EV3, EV4, EV5, EV6 등이 오토 플러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테슬라 모델 3처럼 핸들을 눌러 당기는 구조와 달리, 접근하면 핸들이 튀어나와 물리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 단계 나은 설계다. 그래도 핸들이 돌출되는 동작 자체는 전동이라 전원 상실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문제는 국내 규정이다. 국토교통부령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은 충돌 시 문이 열리지 않아야 하고 충돌 후 잠금장치는 해제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는 고정벽 정면충돌을 전제로 한 기준이다. 매립형·전동식 도어 핸들 자체를 겨냥한 조항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실사용자들이 지적하는 지점도 비슷하다. 처음 타는 동승자가 문을 어떻게 여는지 몰라 머뭇거린다는 반응이 꾸준히 나오고, 겨울철 결빙으로 핸들이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거나 양손에 짐을 들었을 때 조작이 번거롭다는 불만도 반복된다. 무엇보다 실내 비상 개방 장치의 위치가 차종마다 제각각이라, 어린이나 고령자는 물론 성인도 당황한 상태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ㅡ
그래서 언제쯤 바뀌나?
ㅡ
제조사 입장에서 계산은 단순하다. BMW가 중국형 iX3에 별도 하드웨어를 넣은 것처럼 시장마다 다른 문을 만들 수도 있지만, 같은 부품을 두 번 개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가장 빡빡한 기준에 맞춰 하나로 통일하는 쪽이 저렴하다. 중국과 미국의 규제가 국내 판매 차량 설계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한편, 실제 판매 차량이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안전센터(Center for Auto Safety)의 마이클 브룩스는 "블룸버그를 통해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2030년 이전에 매장에 놓인 차량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가 따라오기 전까지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단순하다. 차를 인도받는 날, 실내 비상 개방 레버가 어디에 있는지 가족 모두가 한 번씩 손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다.
양봉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