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청 조롱 번지더니"... 테슬라 FSD 허용, 국토부 진짜 입장은 달랐다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미국에서는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차량이 스스로 움직인다. 국내에서도 테슬라 모델 X와 S, 사이버트럭 등 미국 생산 물량 일부 차종은 FSD(감독형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최근에는 구형 모델들도 FSD Lite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테슬라를 국내에서 구매해도 이러한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왜 한국만 안 되느냐", "정부가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국제 운전자보조 시스템 기준인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테슬라 FSD를 제외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론은 조금 다르다. 문제는 테슬라가 아니라, 현재 안전기준으로는 FSD와 같은 AI 기반 통합형 운전자보조 시스템을 평가할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ㅡ
국토부는 왜 FSD를 막는건가
ㅡ
국토부가 이번에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규정 제171호를 기반으로 한 DCAS 기준이다.
DCAS는 차량이 차선을 유지하거나 변경하고, 고속도로 진출입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기준을 마련한 감독형(Level 2) 운전자보조 시스템이다. 다만 시스템이 주행을 수행하더라도 운전자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필요하면 즉시 개입해야 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그렇다면 FSD도 같은 기준으로 허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다.
국토부가 설명한 차이는 기술 구조에 있다.
ㅡ
같은 레벨2인데 무엇이 다를까
ㅡ
DCAS는 기능별 안전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차로 유지가 안전한지, 차선 변경은 적절한지, 고속도로 진출입은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각각 평가한다.
| 구분 | DCAS | 테슬라 FSD |
|---|---|---|
| 기술 방식 | 기능별 제어 | AI 통합 판단 |
| 주요 기능 | 차로 유지·차선 변경 고속도로 진출입 |
신호 인식·교차로 통과 도심 주행·차선 변경 |
| 안전기준 | UN R171 기반 | 별도 평가체계 필요 |
| 운전자 역할 | 항상 감독 및 즉시 개입 | 항상 감독 및 즉시 개입 |
| 국내 상황 | 도입 추진 | 별도 인증체계 검토 필요 |
반면 테슬라 FSD는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조향과 가속, 제동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판단한다. 신호등 인식과 교차로 통과, 도심 주행 역시 같은 AI가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즉, "기능을 하나씩 검증하는 현재 기준만으로는 이러한 AI 통합형 시스템 전체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다시 말해 "FSD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를 검증할 별도의 안전기준이 필요하다"는 뜻에 가깝다.
ㅡ
FSD도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다
ㅡ
FSD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이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FSD 역시 법적으로는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필요하면 즉시 개입해야 하는 레벨2 운전자보조 시스템이다. 사고 발생 시 책임도 운전자에게 있다.
이번 논의 역시 "자율주행을 허용할 것인가"보다 AI 기반 레벨2 운전자보조 시스템을 어떤 기준으로 인증할 것인가에 더 가깝다.
ㅡ
결국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ㅡ
AI 기반 운전자보조 시스템은 기존 기능보다 검증 범위가 훨씬 넓다.
시스템이 어떤 상황에서 작동을 종료하는지, 운전자가 실제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어권을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자에게 넘겨주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기능이 계속 바뀌는 만큼 업데이트 이후 성능을 어떻게 인증하고 관리할 것인지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AI 기반 운전자보조 시스템에 맞는 새로운 안전기준과 인증 체계를 마련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ㅡ
국민들이 기다려야 하는 것은 '허용'이 아니라 '기준'
ㅡ
이번 국토부 발표는 테슬라 FSD를 특정해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국토부가 강조한 것은 현재 국제 안전기준이 차로 유지나 차선 변경처럼 기능별 운전자보조 시스템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FSD처럼 AI가 차량 전체를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은 별도의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만큼 특정 제조사만의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국내 소비자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현대차도 이미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운행하고 있을 정도로,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은 고도화된 상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준' 문제로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남은 과제는 그 기술을 안전하게 검증하고 인증할 제도를 얼마나 빠르게 마련하느냐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자동차 성능보다 AI 시대에 맞는 안전기준의 속도일지도 모른다.
양봉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