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소프티어 테크톡 첫 외부 공개... AI 전환 경험 공유

[오토트리뷴=정다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축적해 온 AI 전환(AI Transformation, 이하 AX) 경험을 국내 산업계와 공유하며 산업 전반의 AX 확산에 기여한다.
처음 공개한 AX 경험
현대차그룹은 21일(수) 양재 본사(서울시 서초구 소재)에서 국내 기업 IT 리더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술 컨퍼런스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 2026」을 개최하고, AX 추진 과정과 적용 성과, 향후 과제를 소개했다.
소프티어 테크톡은 현대차그룹 IT 임직원들이 한 해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의 성과와 교훈을 공유하는 사내 기술 행사로, 2023년부터 매년 진행돼 왔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추진해 온 AX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4회째인 올해 처음으로 행사를 외부에 공개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성공 사례뿐 아니라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이를 풀어낸 과정, 아직 남은 과제까지 공개해 AX를 추진 중인 다른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실무자와 나눈 추진 과정
이날 행사는 현대차·기아 ICT담당 진은숙 사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AI 여정을 위한 준비 ▲AI를 통해 얻은 비즈니스 성과 ▲AI의 미래 등 3개 대담 세션 순으로 진행됐으며, 세션마다 그룹의 IT·AI 분야 임원과 실무자들이 패널로 나섰다.
진은숙 사장은 “AX는 특정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현대차그룹이 겪어 온 고민은 AX를 추진하는 어느 기업이나 비슷하게 안고 있는 문제인 만큼, 경험을 나누고 의견을 들으며 함께 해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대담 세션 ‘AI 여정을 위한 준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AI 도입에 앞서 협업 환경과 데이터 통합, 생성형 AI 활용 환경 등 기반을 어떻게 갖춰 왔는지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AI 시대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일하는 방식과 데이터 체계 혁신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해 왔다. 업무 관리·지식 공유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반 협업 환경을 도입해,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보와 업무 기록이 하나의 협업 환경에 쌓이도록 했다.
데이터와 생성형 AI 기반
또한 데이터와 IT 시스템의 관리 책임을 일원화하고, 부서 간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데이터 공유의 장벽을 낮췄다.
그 결과 전 세계 약 1,200만 대의 커넥티드카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약 140PB(페타바이트) 규모의 차량 센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수십 개 법인의 고객·품질·판매 등 기업 운영 데이터를 7,000개 이상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생성형 AI 활용 환경도 빠르게 갖췄다. 2023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에이치 챗(이하 H Chat)’을 선보였으며, 현재 그룹 임직원의 70% 이상이 이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수소 등 국외 이전이 엄격히 통제되는 국가핵심기술 분야에서도 정부 방침을 준수하며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안 기준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7월부터는 국가핵심기술 부문으로까지 H Chat 활용 범위를 넓혔다.
AI의 현장 정착
이어진 ‘AI를 통해 얻은 비즈니스 성과’ 세션에서는 수요예측·정비·생산 등 실제 업무에 AI를 적용한 사례와 그 과정에서의 교훈을 공유했다.
현대차그룹은 AI 과제가 사내 시범 운영에서 성공하고도 실제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공통 플랫폼 구축 ▲현업 신뢰 확보 ▲데이터 관리 체계에 집중해 왔다.
먼저 사내에서 쓰이는 검색·챗봇·에이전트 기능을 공통 플랫폼으로 만들어, 새 서비스를 처음부터 개발하지 않고 필요한 기능을 골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장마다 별도로 운영하던 AI 모델들도 일원화했다. 실제로 차량 조립 순서 오류를 잡아내는 차량 식별번호(VIN) 인식 AI는 초기에 공장마다 별도 모델로 운영했으나, 이를 단일 모델로 통합해 현재 국내외 73개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실무 신뢰와 데이터 관리
또한 실무자가 일일이 입력하던 차량 판매 수요 계획을 AI가 먼저 제안하도록 하고, 정비사의 점검을 돕는 정비 AI는 공식 매뉴얼에서 찾은 근거를 함께 제시하도록 하는 등 실무자가 AI를 손쉽게 쓰고 그 결과를 직접 검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현업 부문의 신뢰를 확보하고 AI의 현장 정착을 이끌었다.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는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업무 정보를 한곳에 모아 각 부서가 직접 최신 상태로 관리하도록 해, 찾는 데에 약 10분이 걸리던 사내 정보를 통합검색으로 약 20초 만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기아 머신러닝랩 박근한 상무는 “AI 과제의 성패를 가른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반영한 명확한 문제 정의, 공통의 플랫폼, 그리고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 관리 체계였다”며 “현장의 제약을 하나씩 풀어내며 구축한 시스템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원 AI 활용 환경
마지막 ‘AI의 미래’ 세션에서는 AI 활용이 전사로 확산되면서 새롭게 대두된 과제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해 ▲임직원이 만든 AI 도구를 안전하게 쓰는 환경 ▲피지컬 AI 개발을 뒷받침할 GPU 인프라 등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
우선 비개발자 임직원이 AI로 직접 만든 업무 도구가 개인 PC에 머물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쓰일 수 있도록 사내 서비스로 배포될 수 있는 플랫폼 ‘에이치 런치(H-Launch)’를 이달 선보인다.
또한 AI 에이전트가 업무 시스템과 연동되는 상황에 대비해, 직원의 사번처럼 에이전트에도 고유 ID를 부여하고 모든 활동을 기록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데이터 삭제 등 되돌리기 어려운 작업에 사람의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Physical AI)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GPU 자원을 필요로 하는 조직에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GPU 서비스(GPUaaS)’ 운영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한다.
GPU 인프라 확대 목표
2026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대규모 GPU 및 자체 개발 AI 플랫폼을 활용해 기반 역량을 확보하고, 규모 확장과 자동화 수준 고도화를 거쳐 2029년 하반기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서 1만 장 이상의 GPU를 활용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세션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각 사 참석자들이 AX를 추진하며 겪고 있는 고민을 공유하고, 패널들과 해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그룹의 AX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AX 확산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진은숙 사장은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활용해 사업 성과로 이끌어내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잊고, 다시 배우는 조직을 만들어 다음 기술 혁신에도 앞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둘째 날 12개 세션 진행
한편 현대차그룹은 22일(목)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행사 둘째 날 일정을 이어가, 데이터·클라우드 등 AX 기반 기술과 생산·물류·보안 분야의 AI 적용 사례를 다룬 12개 세션을 진행한다.
정다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