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팅 없던 옛날엔 다 이렇게 탔습니다"... 스포츠카 실내 온도 잡은 '이 부품'

[오토트리뷴=이장훈 기자] 오래된 포드 머스탱의 뒷유리에는 가로줄이 여러 겹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 실내 블라인드를 차 밖으로 꺼낸 듯한 ‘윈도 루버’다. 강한 V8 엔진과 그래픽이 상징인 머슬카의 장식으로 알려졌지만, 출발점에는 유리 아래 뜨거워지는 실내 문제가 있었다.
루버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로 슬랫을 프레임으로 연결한 부품이다. 뒷유리를 덮되 시야를 완전히 가리지 않도록 틈을 둔다. 차체 뒤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패스트백에서 특히 널리 쓰였다.
넓은 유리에 쏟아지는 햇빛
패스트백은 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경사가 완만하고 뒷유리 면적도 크다. 햇빛을 받으면 그 아래 실내가 쉽게 더워진다. 에어컨이 비싼 선택 사양이었고 창문 틴팅도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던 시절에는 유리 바깥에서 햇빛을 줄이는 방법이 필요했다.
수평으로 배열한 슬랫은 빛을 모두 막는 덮개와 다르다. 위쪽에서 들어오는 햇빛 일부를 가리면서 틈 사이로 뒤를 볼 수 있게 한다. 집 창문에 사용하는 차양과 비슷한 원리이며, 유리를 불투명하게 바꾸지 않고 그늘을 만드는 방식이다.
바깥에서 실내가 덜 보이는 효과와 독특한 외관도 인기를 보탰다. 기능 때문에 붙인 부품이 성능 지향 자동차의 시각적 특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보닛 흡입구와 대담한 줄무늬처럼 차를 알아보게 하는 요소가 됐다.
미우라는 유리 대신 루버
람보르기니 미우라 뒤쪽에도 유명한 가로 슬랫이 있다. 다만 이곳은 승객용 뒷유리를 단순히 덮는 부품과 용도가 다르다. 엔진 위를 덮던 투명 패널 아래에 열이 갇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버 형태를 사용했다.
미우라의 경우 공기가 드나드는 틈이 엔진룸의 열을 빼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 머슬카의 뒷유리용 슬랫은 기존 유리 위에 장착하는 차양이다. 겉모습이 비슷하더라도 그 아래에 유리가 남는지, 엔진이 있는지에 따라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
자동차에 루버를 쓰는 방식 자체는 더 오래됐다. 보닛이나 차체 패널에 가늘고 긴 통풍구를 여러 개 만드는 사례가 먼저 있었고, 이후 유리 주변의 별도 부품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가로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용도의 장식은 아니다.
순정 옵션에서 튜닝 부품으로
포드는 1969년 머스탱 스포트루프에 뒷유리용 스포츠 슬랫을 제공했다. 이듬해에는 닷지 챌린저와 플리머스 바라쿠다에도 루버 패키지가 등장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부품을 유리 바깥에 얹는 방식이었다.
이후 애프터마켓 업체가 여러 차종에 맞는 제품을 내놓았다. 일본 스포츠 쿠페인 닷선 280Z와 마쓰다 RX-7도 대상이 됐고, 뒤쪽 측면 유리까지 같은 모양으로 덮는 구성이 팔렸다. 1980년대까지 이어진 유행은 특정 미국차만의 장식에서 벗어났다.
1990년대에 틴팅이 널리 쓰이고 차체 표면이 매끈한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루버의 존재감은 줄었다. 유리 바깥에 큰 부품을 올리지 않고도 햇빛과 실내 노출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가로 슬랫의 시각적 특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도 클래식 머슬카를 복원하거나 쿠페 외관을 바꾸는 부품으로 루버를 찾을 수 있다. 한쪽에서는 햇빛을 가리는 뒷유리 차양으로, 다른 쪽에서는 고성능차의 열을 배출하는 통풍구로 남았다. 오래된 머스탱의 줄무늬와 미우라의 엔진 덮개를 같은 장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장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