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이게 진짜지”... M5도 없던 시절 태어난 ‘수제 맹수’

[오토트리뷴=이장훈 기자] 네 개의 둥근 헤드램프와 각진 은빛 차체만 보면 오래된 BMW 5시리즈다. 그런데 이 차는 평범한 525로 만들어진 뒤, 첫 주인에게 가기도 전에 BMW Motorsport 작업장으로 향했다. M5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전, BMW가 손으로 완성한 고성능 세단이었다.
오스트리아 경매사 후머 그라너가 10월 17일 잘츠부르크 클래식 엑스포에 내놓는 1979년식 실차다. 경매 목록의 모델명은 ‘5 3,5i Motorsport-Ausführung’. 1세대 5시리즈인 E12를 바탕으로 3.5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얹은 네 도어 세단으로, 경매사가 제시한 출력은 218마력(약 160kW)이다.
오늘날 M5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힘센 엔진만이 아니다. 익숙한 세단의 모습을 남겨두고 그 안에 전혀 다른 성격을 담았다는 점이다. 이 차가 보통의 클래식 5시리즈와 갈라지는 지점도, 겉에 붙은 장식보다 출고 전 기록에 있다.
출고 전, 다른 차가 됐다
BMW Classic에 따르면 Motorsport 부서는 1974년부터 525와 528, 이후 528i를 바탕으로 고객이 특별 주문한 세단을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같은 E12 차체를 쓰면서도 일반 모델과는 다른 고성능 차를 만든 것이다. 경매에 나온 은빛 차량은 그 흐름 속에서 1979년에 완성됐다.
후머 그라너는 BMW 인증서를 근거로 이 차량이 525 상태에서 출고되기 전 Motorsport 부서로 넘어가 3.5리터 사양으로 개조됐다고 설명한다. 원본 서비스북에는 1979년 7월 5일 인도 전 점검이 기록돼 있다. 같은 달 18일 첫 등록을 마쳤고, 8월 2일에는 주행거리 980km에서 첫 정비를 받았다는 이력도 제시했다.
엔진을 바꾼 개인 튜닝카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매사 설명대로라면 첫 출고에 앞서 BMW Motorsport가 개조를 맡았고, 원본 등록 문서에는 그 변경 사항이 남아 있다. 등록상의 모델명이 간단히 ‘5’로 적혀 있다는 대목은 오히려 이 차의 숨은 이력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줄무늬만 붙인 차가 아니다
이 실차의 개성은 폴라리스 실버 차체를 가로지르는 Motorsport 색상의 줄무늬다. 차체 앞뒤에는 스포일러도 달려 있다. 단정한 네 도어 세단의 윤곽에 레이스카를 연상시키는 색을 더해, 얌전하게만 보이던 옛 BMW의 인상을 바꿔놓는다.
실내 사진에서는 세 갈래 스티어링 휠과 원형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화면 대신 운전대와 계기가 중심을 이루는 모습도 이 차가 건너온 시대를 전한다.
경매사의 계보 설명에 따르면 당시 Motorsport 세단들은 더 큰 엔진에 맞춰 변속기와 뒤 차축, 차동제한장치 등도 함께 손봤다. 개별 주문에 따라 외관과 실내 장비에도 차이가 있었다. 같은 E12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차량이 똑같은 사양이었던 것은 아니다.
M5보다 앞선 제작 방식
이후 고성능 5시리즈는 보다 뚜렷한 양산 모델로 이어졌다. BMW Classic이 기록한 E12 M535i의 생산 기간은 1980년 4월부터 1981년 7월까지다. BMW는 198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M5를 선보였다고 설명한다. 1979년의 이 수제 세단은 그 이름들이 자리 잡기 전의 제작 방식을 보여준다.
복원 이력까지 읽는 BMW
경매사가 제시한 소유 이력은 네 명이다. 현재 소유자는 차량을 복원했으며, 출품 자료에는 1979년 원본 등록 문서와 서비스북, 2024년 발급된 BMW 차량 증명서가 함께 올라와 있다. 오래된 차체가 얼마나 반짝이는지에 더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모습이 됐는지 읽을 수 있는 자료들이다.
자료 목록에는 1993년 BMW 교환 엔진 보증카드도 포함돼 있다. 이 차량을 살펴볼 때 출고 당시의 개조 기록과 이후의 정비·복원 기록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건너온 클래식카의 이력은 한 시점의 제원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차는 2026년 10월 17일 경매에 최저 낙찰가를 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온다. M5의 뿌리를 돌아보고 싶은 독자라면 은빛 차체의 줄무늬 다음으로 출고 전 개조 기록과 이후 복원 이력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이 BMW의 가치는 오래됐다는 사실보다, 평범한 525가 첫 도로를 달리기 전에 어떤 차로 완성됐는지를 실차와 문서가 함께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장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