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 신차/출시 2026.10.31 07:40

"최고단 기어에 묶어도 완주"...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 120주년 기념

홈 오브 롤스로이스에 전시된 실버 고스트 섀시 번호 1701 /사진=롤스로이스 [오토트리뷴=정다은 기자] 변속기를 최고 단수에 고정하고 장거리 주행을 마친 자동차가 있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29일 배포한 자료에서 브랜드의 신뢰성과 정숙성에 대한 명성을 쌓은 40/50 H.P., 일명 실버 고스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했다고 밝혔다. 현지 기념 발표는 지난 26일 이뤄졌다.40/50 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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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오브 롤스로이스에 전시된 실버 고스트 섀시 번호 1701 /사진=롤스로이스

[오토트리뷴=정다은 기자] 변속기를 최고 단수에 고정하고 장거리 주행을 마친 자동차가 있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29일 배포한 자료에서 브랜드의 신뢰성과 정숙성에 대한 명성을 쌓은 40/50 H.P., 일명 실버 고스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했다고 밝혔다. 현지 기념 발표는 지난 26일 이뤄졌다.

40/50 H.P.는 1906년 11월 런던 올림피아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헨리 로이스는 부드럽게 작동하는 6기통 엔진을 바탕으로 기계 부품의 완성도부터 승차감과 조작성까지 다듬었다. 초대 영업 총괄이사 클로드 존슨은 이러한 기술력을 내구성 시험과 자동차 경주를 통해 직접 보여주려 했다.

실버 고스트는 처음부터 차종 전체의 이름이 아니었다. 존슨이 은색 도장과 은도금 장식을 갖춘 섀시 번호 60551에 붙인 이름이었다. 이 차량이 명성을 얻으면서 다른 소유주들도 자신의 40/50 H.P.를 실버 고스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06년 런던 올림피아 모터쇼에서 공개된 롤스로이스 40/50 H.P. /사진=롤스로이스

최고단 기어로 입증한 신뢰성

현재 영국 굿우드의 ‘홈 오브 롤스로이스’에 전시된 섀시 번호 1701은 당시의 성능 시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차량이다. 존슨은 이 차에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슬러거드(The Sluggard)’라는 별명을 붙였다.

1911년 런던-에든버러 주행 시험에서는 시험 운전사 어니스트 하이브스가 변속기를 최고단 기어에 고정한 상태로 운전했다. 평균 속도는 약 31.5km/h였고, 회사에 따르면 이 시험에서 앞서 네이피어가 세운 속도·연비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0.5마일 구간 속도 시험에서는 약 125.9km/h를 기록했다. 같은 해 공기역학적 차체를 장착하고 브룩랜즈 서킷에서 약 163.8km/h에 도달해, 시속 100마일을 돌파한 최초의 롤스로이스가 됐다.

실버 고스트는 스코틀랜드 신뢰성 시험과 오스트리아 알파인 트라이얼 등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1911년 인도 정부는 조지 5세 국왕과 메리 왕비의 방문 기념행사를 위해 의전용 란도렛 차체를 갖춘 실버 고스트 8대를 주문했고, 롤스로이스는 운전기사도 직접 제공했다.

실버 고스트 섀시 번호 1701의 계기판과 운전대 /사진=롤스로이스

왕실과 소유주가 남긴 이야기

소유주들이 남긴 이야기도 이어진다. 오페라 가수 넬리 멜바는 1911년 섀시 번호 1500 차량을 인도받아 영국과 프랑스, 호주에서 이용했다. 호주의 찰스 H. 앵거스는 차를 탈 때마다 아내가 곧잘 잠들었다는 데서 자신의 차량에 ‘드리머(The Dreamer)’라는 애칭을 붙였다.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환희의 여신상도 실버 고스트와 연결된다. 볼리의 몬태규 경이 소유한 실버 고스트에 처음 장착됐으며, 찰스 사이크스가 제작한 이 조형물은 1911년 브랜드의 공식 마스코트로 도입됐다.

40/50 H.P.는 1906년부터 1925년까지 생산됐다. 영국에서 6,173대,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 공장에서 1,703대가 제작됐으며, 1927년에는 별도로 장갑차용 섀시 10대가 인도됐다. 리무진부터 개방형 투어링카까지 다양한 차체를 수용하고, 차체 구성에 맞춰 서스펜션을 조율한 것도 특징이다.

홈 오브 롤스로이스에 전시된 실버 고스트 섀시 번호 1701 /사진=롤스로이스

110년 뒤 같은 길을 다시 달리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섀시를 군용으로 개조해 활용했다. T. E. 로렌스가 운용한 장갑차에도 사용됐으며, 루마니아의 마리 왕비는 부상병과 군 병원을 지원하는 활동에 롤스로이스 차량을 이용했다.

옛 차량의 주행은 지금도 계속된다. 2013년 실버 고스트 47대가 1913년 알파인 트라이얼의 약 2,900km 경로를 재현했다. 섀시 번호 1701과 당시 대회에 실제 참가했던 차량도 포함됐다. 2021년에는 섀시 번호 1701이 110년 전처럼 최고단 기어를 고정한 채 런던-에든버러 구간을 다시 완주했다.

앤드류 볼 롤스로이스모터카 기업 관계 및 헤리티지 총괄은 “실버 고스트는 롤스로이스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모델이다. 당시의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바탕으로 정교함과 신뢰성, 탁월함에 대한 명성을 확립했으며, 이는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놀라운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버 고스트를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과 이를 통해 롤스로이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1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기대는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기준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다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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